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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치즈를 좋아해

큰놈은 인간의 먹거리를 딱히 좋아하지는 않는다. 인간의 먹는 행위에는 흥미를 보인다. 식탁에서 밥이라도 먹고 있자면 발 밑으로 다가와 애옹애옹거린다. 있는 힘껏 몸을 늘여 인간의 허벅지에 앞발을 올려놓는다. 아일랜드식탁 바스툴에 올라앉은 사람 무릎에 괭이가 한번에 뛰어오르려면 좀 높다. 큰놈은 몇 번 종종걸음을 하고 도움닫기를 한 다음 폴짝 뛰어오른다. 밥 먹는 인간 팔뚝에 머리를 부비대며 식사를 방해한 후 식탁 위로 올라간다. 접시에 코를 대고 킁킁. 그리고 흥미를 잃는다. 다만 신기하게도 빵에 대해서만은 정신을 놓는 것 같다. 호밀빵이건, 깨찰빵이건, 기름기 반들반들한 크로와상이건, , 케이크건, 쿠키건. 집에 들어온 빵은 제일 먼저 달려들어 검사한다. 코를 들이대고 킁킁거리고 바로 혓바닥을 날름거린..

우리집 고양이들

집에는 잡고양이가 두 마리 있다. 코숏이라고 부르던가, 그래도 출처 모를 잡고양이다. 게으르고 멍청하다. 점점 살이 찐다. 인간은 밥주는 동거인 정도로 생각하는 듯 하다. 아무리 잘 봐줘도 이놈들에게 인간은 쿠션 이상의 지위는 없는 것 같다. 하루종일 자고 데굴데굴 구르다가 아침마다 밥을 달라며 침대 위를 뛰어다닌다. 그래도 인간이 TV를 볼 땐 소파 옆자리에 와서 살며시 앉는다. 앞발을 인간 다리 위에 턱 올려놓는다. 게을게을 졸기 시작한다. 당연한 것처럼 옆에 달라붙는 모습은, 그래도 사랑스럽다. 첫째는 검은 고양이. 인간과 11년동안 같이 살았다. 인간도 인생의 삼분의 일을 고양이와 함께 보냈다는 셈이다. 배에 조금 있는 반달을 빼면 새까만 놈이다. 폰으로 찍기에는 카메라가 초점을 잡지 못한다.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