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3

단순하게 살기

미니멀 라이프는 실천하지 못할지언정 맥시멈 라이프는 피하고자 청소하는 과정을 하나하나 남겨놓을까 한다. 오늘은 책장을 비우기로 결심했다. 처음 내 방을 만들면서 원하던 모습은 벽면 가득 책이 쌓인 오래된 서재의 이미지였을 텐데. 몇 년간 정리하지는 않고 읽지도 않고 던져놓은 책들이 낡아빠진 기둥처럼 쌓여 있었다. 유물 발굴하는 기분으로 책을 한 권 두 권 꺼내 분류하다 보니 주말 오후가 훌쩍 날아가 버렸다. 때묻은 동화책. 중학교 때 연예인 사진 모으려 사 모으던 잡지. 독후감 숙제 때문에 한 번 읽고 펼쳐보지 않은 어느 유명인의 자서전. 나름 버릴 건 버릴 작정으로 살아왔는데 버려야 할 것들이 이렇게나 많을 줄이야.

일상다반사 2017.05.26

비 내리는 주말 오후에는 따뜻한 커피 한 잔과 치즈케이크

집 근처의 카페골목에는 낮에만 여는 디저트 가게가 있다. 하얀 벽을 까만 타이포그라피가 멋드러지게 장식하고 있어 더욱 눈에 띄는 가게였다. 낮에 일하고 밤에 집에 들어오는 직장인은 좀처럼 구경하러 갈 수가 없다. 불 꺼진 가게 내부를 호기심으로 엿보기만을 반복하던 어느 주말, 밀린 집안일을 마치고 동네 산책을 나섰더니 별스럽게도 가게가 열려 있었다.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려서 가게에는 주인과 나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일상다반사 2017.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