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놈은 인간의 먹거리를 딱히 좋아하지는 않는다. 인간의 먹는 행위에는 흥미를 보인다. 식탁에서 밥이라도 먹고 있자면 발 밑으로 다가와 애옹애옹거린다. 있는 힘껏 몸을 늘여 인간의 허벅지에 앞발을 올려놓는다. 아일랜드식탁 바스툴에 올라앉은 사람 무릎에 괭이가 한번에 뛰어오르려면 좀 높다. 큰놈은 몇 번 종종걸음을 하고 도움닫기를 한 다음 폴짝 뛰어오른다. 밥 먹는 인간 팔뚝에 머리를 부비대며 식사를 방해한 후 식탁 위로 올라간다. 접시에 코를 대고 킁킁. 그리고 흥미를 잃는다.
다만 신기하게도 빵에 대해서만은 정신을 놓는 것 같다. 호밀빵이건, 깨찰빵이건, 기름기 반들반들한 크로와상이건, , 케이크건, 쿠키건. 집에 들어온 빵은 제일 먼저 달려들어 검사한다. 코를 들이대고 킁킁거리고 바로 혓바닥을 날름거린다. 버터냄새 혹은 밀가루 냄새에 혹하는 게 아닐까 하고 동거인과 추측한 적이 있다. 우유 냄새일지도 모른다. 봉지에 쌓인 빵이라고 다르지 않다. 동거인이 일하다 먹으라고 가방에 꼭꼭 담아준 이성당 단팥빵에도 놈은 인간보다 먼저 이빨을 댔다. 이빨자국 선명하게 찢어진 빵봉지가 어이가 없더라. 그렇다고 먹는 것도 아니다. 빵 구석에 고양이 침을 잔뜩 묻혀놓고서 놈은 홀랑 가버린다.
빵은 먹지 않는다. 케이크는 먹는다. 특히 치즈케이크를 열심히 먹는다. 인간은 접시에 남은 부스러기만을 고양이에게 허락해주기에, 인간이 치즈케이크를 다 먹어 치울때까지 접시 옆에 앉아 조바심내면서 기다린다. 인간이 접시를 큰놈에게 밀어주면, 부스러기가 남김없이 없어지고 접시가 깨끗해지도록 열심히 핥아댄다. 줘 본 적은 없지만 크게 한 조각 썰어줘도 왠만큼 먹어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커다란 똥을 생산해내겠지.
작은놈은 생선 냄새를 좋아한다. 가장 좋아하는 건 가쓰오부시다. 야채도 싫어하고, 빵에도 별반 관심이 없다. 그래도 치즈케이크는 먹는다. 치즈케이크만 나오면 큰 놈 옆에서 열심히 기다린다. 굳이 치즈케이크가 아니더라도 이 놈은 몰랑몰랑한 케이크를 좋아하는 것 같다. 괭이주인 말에 의하면 기껏 만들어 놓은 딸기무스케이크의 옆구리를 홀랑 먹어버린 적이 있다고...
고양이는 단 맛은 느끼지 못한다고 하던데 이 놈들은 어째서냐. 까다로운 놈들이다.